2009년 2월 11일 수요일

정확한 스피치가 필요한 이유


지난주에는 모 호텔에서 있은 조찬세미나를 다녀왔다. 조금은 묵직한 주제여서 따분하겠거니 생각했으나 의외로 무척 뜨거운 분위기였다. 예정시간을 2시간이나 훌쩍 넘은 강의시간이었지만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이러한 쌍방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무관심 또는 무지한 현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듣기 편안한 음성에다 쉬운 설명의 전달력이 연사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강의 후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질문자들의 잇따른 질문이 이어졌다. 그날 질문을 한 사람은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 대학교수, 시민단체대표, 그리고 변호사였다.

“다음은 질의응답시간입니다. 먼저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넘기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성 국회의원 한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디에서나 자기의 의사표현을 위해 손을 번쩍 들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에 흐뭇해 했는데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이내 그 감정이 깨져버렸다.

그 국회의원은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의 의정활동에 대한 홍보를 마구 해대고 있었다. 질문에 앞서 서두가 길다고 느껴질 만큼 자기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언제쯤 질문이 나오려고 저러나? 하는데 결국 질문 없이 앉아버렸다.

“뭐야, 질문이 아니잖아.”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다음은 시민사회단체대표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그는 무슨 말인지 장황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역시 자기주장이 대부분이었으며 맨 끝에 가서 한마디 질문을 던졌다. 그 또한 질문의 메카니즘이 전혀 없는 결국 자기의 홍보성 멘트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핵심이 없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대학교수 한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까만색 개량한복을 입은 그분의 분위기답게 아주 강력한 언사로 질문을 시작하였다. 역시 질문은 들리지 않고 계속된 연설로 이어지면서 점점 목소리가 흥분되더니 급기야 언성이 올라가면서 훈계가 시작되었다. 세미나 진행방법을 고쳐야 한다느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가르치는 습성이 고스란히 튀어나왔다. 순간 그 자리에 모인 청중은 모두가 교실 속 학생이 되어버렸다.

변호사가 뒤를 이었다.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부담감도 있긴 했으나 그분은 질문답게 몇 마디 질문만 던지고 앉았다. 물론 질문을 받은 그날의 연사 역시 그 질문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해줄 수 있었으며 모두가 그에 대한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회 각 부문의 소위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이동풍식 스피치는 황당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어떠한 내용이든
1) 주제에 맞는 말을
2) 짧은 시간 내에
3) 일목요연하게 압축해서
4)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받침이 많고 복모음이 많은 우리말의 특성상 웅얼거리면서 휘리릭 빨리 말해서는 상대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화자는 분명 말했는데 왜 못 들었냐고 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러한 일들이 쌓여서 오해의 불씨를 만들 소지가 많다.

강연이나 일반 대화는 물론이고 공적인 질문자리에서 바른 질문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른 질문이 때론 강연 자체보다도 더 나은 답변을 도출할 수 도 있음에서다. 바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오해를 걷고 서로 이해의 마당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현정 / 방송인 / 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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